영화 건축학개론 감상

대부분은, 그 시간이 흘러간 후에야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얼마나 눈부셨는지 알게 된다고 하지만.

그 시간 한 가운데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눈물나게 아깝고, 한 순간 순간이 지극히 소중하고 또 소중해서 눈 깜빡이며 놓치는 것까지 아쉬웠던, 그런 보석같은 시간이 있었다.

늦은 밤에 노천극장에 둘이 앉아서 반짝이는 도심의 불빛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던 그 시간. 음반 자켓을 보여주면서 빌려줄까, 한 번 들어보련, 그 음악가는 말이지, 라고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수줍게 오갈 때 하늘을, 눈 앞의 도심을, 내 안에서 반짝이는 번뇌를 들여다보았던 그 시간. 내가 무엇이 될 지, 네가 무엇이 될 지, 그 때 우리는 무엇일 지, 두런두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지금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여 눈물 한 줄기 흘러내리던 그 시간. 웅켜쥐고 싶었으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간이 반갑기까지 했던 그 불안정한 시간. 내 고등학교 시절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영화 보는 내내, 내게 아름다웠던 그 시절이 상기되어 마음 아프다가, 기억의 습작 덕분에 내내 다잡은 것도 무색하게 눈물 주륵주륵 흘리면서 나왔다. 몇 번 더 볼 수 있긴 하겠는데... 볼 때마다 펑펑 우는 건 좀 난처하겠지.


덧글

  • 2012/03/26 12:42 # 삭제 답글

    전 어쩌면 그 모든 시간들이 거짓인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뒤돌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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