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ilib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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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대화의 수단

중학교 들어가던 해에 일본에 잠깐 놀러간 적이 있다. 영어가 통하겠거니, 싶어서 일본어 인삿말만 눈으로 훑고 다녀왔다. 그리고 정말, 인삿말만 하고 돌아왔다.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을 기대하고 갔던 내가 바보 같았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일본어 학원에 등록해서 한참 동안 일본어를 배웠다. 참으로, 예의 없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 나라에서 다른 이들과 말을 나누려면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가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관광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영어를 익히는 건 밥벌이를 위한 것이겠지만 외국인이 해당 국가에 방문했을 때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이라고 익혀 가는 건 요샛말로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외국인이 내게 길을 묻는 것도 흔치 않지만 묻는 이들로 어설픈 한국어로 물었다. 관광용 한국어 소책자를 들여다보면서 더듬더듬 말하던 이들에게 빙긋 웃어주면서 천천히 우리말로, 그네들이 못알아듣으면 그제서야 영어로 답을 해주곤 했다. 영어나 일본어로 묻는 이들을 나는, 퍽 싫어한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곳에서, 영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이들에게 말을 걸 가능성이 있다면 최소한, 아쉬운 사람이 그 나라의 말을 조금이라도 익히고 와야 한다고 보는데, 이런 내가 너무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걸까?

밸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출장 가서 혹은 여행 가서 영어가 안통해서 답답했다고 투덜거리는 이들이 가끔 보인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고, 요새는 세계화가 대단히 많이 진행되어서 누구나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걸까? 정말?

오히려, 현지인들이 외국인이 비해 아쉬운 입장이라고 간주하고, 아쉬운 입장에서 '당연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어쨌든 자신은 '공용어'인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까, 대단히 속 편하게 투덜거리는 게 아닐까?

그런 이들은 그저, 대단히 무례하고 게을러 보일 뿐.


by Figue | 2009/05/04 16:34 |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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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ustard at 2009/05/07 14:23
외국인이...도움을 필요하는거 같아서 용기를 내어.. 한마디를 건냈습니다.

What can i Do 4 U?

그러나... 그 사람은 .. 영어권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음?
Commented by Figue at 2009/05/18 10:49
안녕하세요, 친절한 분이셔요. 저는 낯선 곳에서 대박 헤매는 것도 퍽 좋은 경험일 거라고 믿어요. 하하하.
Commented by 영시니 at 2009/05/18 11:00
그런가요? 예의 없음을 부끄러워 하실것 까지는 없으실듯~ ^^ 소통이 안될거라는 전제하에 떠나는 여행이 왠진 ㅋ 매력적인데요?
Commented by Figue at 2009/05/25 14:10
안녕하세요. 저는 소통을 기대할 수 없는 여행은 그저 관광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지어를 익히지 않은 이들은 그런 방식을 감수하는 것이겠죠. 재밌는 경험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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