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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온라인 게임 와우를 오픈베타 서비스 끝물에 시작했으니 꽤 오래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에헴. 오리지널부터 불타는 성전 그리고 지금 서비스하는 리치왕의 분노까지 각 던전에서 파티 및 공격대 컨텐츠를 즐기면서 각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데 알면 알 수록 애정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직업이 있으니, 바로 전사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각 직업과 역할에 맞게 좀 더 나은 역량을 갖추기 위해 고민한다. 역할극을 하는 게임이니만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그러한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나는 전사들의 고민과 노력을 보면, 그저 게임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자신들이 재밌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찡하다. 체력을 키우고, 저항치을 맞추고 방어 숙련을 올리고 특성을 고민하는 이들. 파티 플레이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함께 게임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역량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주문력으로 통합된 뒤 힐러가 특성이나 장비 교체 없이 퀘스트 수행하는 것이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그러나 탱킹 특성과 장비만 갖춘 전사는 여전히 퀘스트 수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PVP는 거의 불가능하리라 본다. 그야말로 파티 플레이를 제외하면 특성과 장비 교체 없이는 와우에서 제공하는 컨텐츠 중 편히 즐길 것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시간적 여유 있는 이들이야 특성 교체 비용과 다른 용도의 장비를 구비하는 것쯤이야 보다 많은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감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어떻게 다른 컨텐츠를 즐기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들의 특성과 장비는 오로지 함께 플레이 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전사가 파티 플레이할 때 키를 누르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키보드를 부술 듯 빠르게 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연타 노력으로 딜러들은 준비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고, 때로는 서로의 딜 순위를 비교하며 경쟁하고 고민할 수 있다. 전사가 노력한 만큼 딜러와 힐러들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그 장을 만들어주는 이들. 노력의 결과가 오로지 던전 안에서 다른 이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해주었는지로 나타나는 이들. 가능하면 많은 어그로를 끌어서 딜러들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여유를 확보하고, 힐 어그로가 순간적으로 치솟아서 힐러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를 도발로 끌어가고 가로막기로 막아주는 전사의 뒷 모습에 나는 큰 감사를 보낸다. 전사가 키보드를 빠르게 누르는 소리, 어그로가 안드로메다로 치솟는 딜러들보다 어그로를 더 확보하고 오락가락 하는 다른 몬스터들을 자신에게 이끌기 위해 그들이 단축키를 빠르게 연타하는 그 소리에서 나는 순간적으로 강한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성기사보다, 죽음의기사보다 혹은 때로는 탱킹하는 드루이드보다 어그로 확보가 좋지 않다며 속상해하고 특성에 대해 고민하고 장비에 대해 고민하는 전사들에게, 던전 공략을 익히고 지휘하면서 어그로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키보드를 부서져라 두들기는 그 전사들에게, 자신에게 쏟아지는 당연한 듯한 그 버거운 기대에 응하고자 노력하는 전사들에게, 항상 든든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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