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ilib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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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기
밥 먹고 이야기 하다가 문득 내가 발 끝에 걸고 까딱까딱 장난치는 힐을 바라보더니 내게 물었다. 힐 신으면 발 아프지 않으냐고, 나는 발이 너무 아파서 하루 이상 신어본 적이 없다고.

평소에는 발 전체에 골고루 무게가 전달된다. 물론 그것도 좀 덜어보기 위해 아치가 있긴 하다. 힐을 신으면 발 앞부분에 힘이 쏠려서 발이, 특히 발가락에 하중이 실려서 꽤나 아프게 된다. 졸업사진 찍을 때 내 동기들 중 몇몇은 처음으로 힐을 신었는데 그네들은 결국 슬리퍼를 들고와서 사진 찍을 때만 힐로 갈아신었다. 모든 느낌이 그러하겠지만 발가락이 얼얼하고 발톱이 빠질 듯한 느낌은 겪어보지 못하면 결코 모르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힐을 신지 않는 것이며, 또 하나는 세심하게 디자인된 그리고 그에 걸맞게 퍽 고가인 신발을 신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가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한 사흘 지나면 몸은 적절하게 무게를 분산하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며 그때는 발꿈치 쪽으로 무게가 많이 지워지니 좀 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센티미터 정도의 굽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들었노라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어디서 들었는지는 잊은 지 오래라는 오리발성 첨언도 함께. 그리고 함께 웃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꼭 사흘까지 가지는 않는다고 위로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으나 훨씬 오래 걸리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은 빼먹었다. 웁스.

구두도 그러하지만 관계도 어느 정도의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한 듯 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쾌하고 설레이면 좋겠으나 그런 관계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라서. 어차피 보아야 하고 만나야 한다면 일정 기간은 익숙해지는 데에 쓸 각오를 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기간이 지났는데도 익숙해지지 않고 여전히 불편하다면 그때 가서 적절히 해결 봐도 되겠지.

나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혼동할 때가 종종 있는데, 요새는 그 둘은 거의 같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친구 집 소파에 드러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궁금했다. 이 사람은 익숙하기 때문에 편안한 것일까. 몇 년전에 느꼈던 생각을 여지껏 해결 못보고 있다. 당분간 알아낼 가망도 없어 보인다. 그야말로 화두인가.
by Figue | 2006/03/25 01:58 | 일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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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淸狂 at 2006/03/26 08:18
안타까운 일이 하나 생겼심다. -_-a 우체국에서 배송중에.
더로그 전권이 싹 날아간 모양이올시다. 그래서 못드리게 될듯 합니다.
으 -_ㅜ 거기 다른것도 많이 있었는데.
Commented by Figue at 2006/03/26 15:46
손해배상을 청구하시지요. 냠. 그나저나 퍽 아깝.. 중간고사 끝내면 꽃지고 여름일텐데 그때 시원한 밥이나.
Commented by 淸狂 at 2006/03/30 07:18
예 언제 한번 밥이나 같이 먹죠. -_-; 안그래도 한번 뵙고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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