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ilib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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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억
MJ가 한국에 공연하러 온 적이 있다. 표 값은 내가 부담하기엔 꽤 비쌌고,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학생이기만 했던 나는 콘서트에 가겠다고 부모님께 용돈 달라고 할 용기가 없었다. 역시 자유는 자본으로 담보되는가, 잠시 생각하다가 잊었다.

친구는 용돈을 모아온 통장을 털어서 표를 샀다. 가장 좋은 좌석으로 샀다고 했다. 너 멋지다, 말을 건넨 내게 친구는 덤덤하게 웃었다. 살아 생전에, 내가 언제 또 이 사람 콘서트에 가겠나 싶어서. 하긴 그렇네, 싶어서 나는 조금 웃고 말았다.

날짜가 다가올 수록 가고 싶었다. 물론 내가 아는 그의 노래는 달랑 한 곡이긴 했지만 나는 그 노래를 통조림이 아닌, 향긋하고 탱탱한 생과일로 즐기고 싶었다. 당연히 표는 남아 있지 않았고 암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게 비쌌다.

야간 자율학습은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것이었고, 빠져나가기 거의 불가능했다. 친구는 당당하게 콘서트 표를 내밀었고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담임은 내게, 너도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친구를 교문까지 배웅하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나무 길 벤치에 잠깐 앉아서 뉘엇뉘엇 해 지는 하늘을 보았다. 도심 한 가운데, 고층 빌딩이 만들어낸 스카이라인과 붉어지는 노을 속에서 나는 노래를 불렀다. 여러 번, 조심조심 오래오래 불렀다.

친구가 한강을 건너며 내게 편지를 썼다. 가기 전에도 썼고, 가면서 썼고, 돌아와서도 써서 그렇게 한 무더기를 주었다. 강을 건너며, 강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보면서 친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간이 지나고 다시는 그의 콘서트에 갈 수 없게 된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그 때 친구가 건넨 수 많은 편지들과 그 날의 노을 뿐이다. 눈 앞에서 높은 빌딩을 태울 듯 붉었던 그 노을과 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내 입으로 삐져 나왔던 그 노래만.



by Figue | 2009/06/30 13:52 | 단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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