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단상

시각- 감각 중에서 가장 애닳픈 것..

닿을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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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옆에 앉아 잠든 그를 바라보며, 그 옆 얼굴, 눈가에 있는 옅은 주름, 건조해보이는 피부, 목의 선, 목에 돋은 혈관, 목에서 어깨와 뒷목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선과 그 근육, 티셔츠 내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던 가슴, 반팔 티셔츠 밑으로 드러나 있던 윗 팔의 피부와 근육에, 아니 그 모두에,

한 번만이라도 닿아보고 싶다는 생각과, 닿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지지 못함에 대한 통탄과, 그 자격을 가진 이에 대한 부러움이 휘몰아쳐서

이것이 얼음과 불의 마음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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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을 들은 지는 오래되었다. 그를 '본' 것은 2014년 4월, 어느 좋은 봄날이었다. 

정장을 입었으나 타이를 매지 않은, 단추 두어 개를 풀어헤친, 마른 몸의 윤곽이 느껴지는, 어느 정도의 권태와 호기심이 반짝이는 눈으로, 아주 약간의 퇴폐미까지 느껴지는 표정으로, 서 있는 그를 보았다. 

이후, 약간의 일로 메일을 주고 받을 뿐, 서로의 업무 영역이 겹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와 조금 더 연관된 동료로 부터 이야기를 조금씩 건네 들을 뿐.

그리고, 올 해 4월 그를 다시 만났다. 한국을 잠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영문도 모를 상실감이 들어 의아했으니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반가움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예전에 함께 고생했던 이가 돌아왔구나 싶었던 정도의 감상이겠거니,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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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걷고, 그와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것을 보고,

눈물나게 감사한 시간들에 저녁마다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렸지. 주여, 이러한 지복한 시간에 감사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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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일을 한다고 했을 때의 희열과 감사함을, 그와 통화하고 회의하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기뻐하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어찌나 소중했는지, 한 순간 한 순간이, 매 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까워서.

그래도 그때는 그저 일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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